2026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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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봉이 고백한 '미소포니아 증후군'… 소리를 향한 뇌의 이상 반응

가수 심수봉이 앓고 있다고 밝힌 미소포니아 증후군. 증상과 원인, 의심될 때 찾아야 할 진료과와 대처 팁까지 짚어본다.

가수 심수봉(71)이 공개한 희귀 질환 ‘미소포니아 증후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 지역 축제 무대에서 후배 가수의 공연을 둘러싼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그가 과거 방송에서 고백했던 이 질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무대 위 발언, 논란이 되다

지난 9월 20일 전북 진안군에서 열린 ‘2026 진안고원 트로트페스티벌’에서 심수봉은 자신의 무대 순서 직전 공연을 마친 17세 트로트 가수 김다현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심수봉은 두 곡을 부른 뒤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에 “제 앞에 노래 부른 여자가 제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며 머리를 짚었다. 이어 “젊은 아가씨가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는 아가씨인 것 같다”고 말했고, 주최 측과 관객을 향해 “제 앞에 저 선수를 앞으로 내보내지 말아달라. 어지러워서 쓰러지게 생겼다”, “노래라는 건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인생 경험도 해보고 고생도 해보고, 이렇게 찾아오신 분들을 위로해 주는 그런 음악은 쉬운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이 담긴 현장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자 “후배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 “아직 10대인 가수의 삶까지 재단하는 표현”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김다현은 자신을 향한 공개 비판 사실을 무대 뒤에서 실시간으로 전해 듣고 큰 충격을 받아 눈물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심수봉 측은 “모두가 즐겨야 할 축제 현장에서 적절치 않은 순간에 상식을 벗어난 실언을 뱉었다”며 고개를 숙였고, 소속사를 통해 김다현의 아버지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다현은 이후 자신의 SNS에 “심수봉 선생님과 직접 통화했다. 선생님께서 직접 사과의 말씀도 해주시고, 격려와 따뜻한 위로도 건네주셨다”며 “저는 마음 잘 추스를 테니 걱정 마시고 우리 밝은 모습으로 만나요”라고 적어 논란을 매듭지었다.

이와 함께 온라인에서는 심수봉이 과거 다른 공연에서 가수 정미애의 무대를 두고 “저 사람도 가수냐”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목격담도 다시 확산됐다. 이에 대해 심수봉 측은 당시 컨디션 난조와 소음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였고, 앞 순서 가수가 누구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었다고 해명하며 “이유를 막론하고 후배에게 상처를 준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사죄했다.

미소포니아, 논란의 배경으로 재조명

이번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심수봉이 지난 6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백했던 ‘미소포니아 증후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당시 “중학교 때 친구들이 놀라게 하는 바람에 그 이후로 큰 소리에 굉장히 민감해졌다”며 이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심수봉은 이 질환을 “소리를 못 듣는 병”이라고 표현하며 “센 소리가 난다든지 큰 소리가 나는 경우에 쓰러진다. 반주 모니터도 조심조심 듣는다”고 설명했다. 방송 녹화 현장에서도 늘 귀마개를 착용한다고 밝혔으며, 한때는 증상 관리를 위해 섬에서 요양하며 기타를 배웠다는 사연도 함께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무대에서 나온 “머리가 어지럽다”, “쓰러지게 생겼다”는 표현이 그가 앓고 있다고 밝힌 미소포니아 증상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발언의 표현 방식과 장소(공개 축제 무대)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은 이러한 배경 설명과는 별개로 제기되고 있다.

미소포니아 증후군이란

미소포니아(Misophonia)는 그리스어로 ‘혐오’를 뜻하는 미소스(misos)와 ‘소리’를 뜻하는 포네(phone)의 합성어로, 뇌 연구학자인 파웰 자스트레보프와 마가렛 자스트레보프가 처음 제시한 용어다. ‘선택적 소음 과민 증후군’ 또는 ‘소리혐오증’이라고도 불리며, 신경학적 장애로서 2000년대 들어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 질환의 핵심은 소리의 크기와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시끄러운 소리에 예민한 것이 아니라, 씹는 소리, 숨소리, 타이핑 소리,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특정 소리 자체에 대해 강한 혐오감·분노·불안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심한 경우 해당 소리를 유발하는 상황이나 사람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증상은 왜 나타날까

미소포니아 증상은 대체로 10살 전후에 나타나기 시작해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질환이 청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특정 소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상 반응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미소포니아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정 소리를 들려주자 격렬한 분노와 혐오감을 느끼며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상승했고, 뇌 스캔 결과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현출성 신경망(salience network)’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됐다. 유전적 요인이 관여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단일 유전자가 아니라 여러 유전자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안장애나 이명을 함께 겪는 사람들에게서 미소포니아가 동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다.

미소포니아가 의심된다면, 어느 과를 찾아야 할까

미소포니아는 단일 진료과에서 진단하는 병이 아니라, 먼저 다른 원인을 배제한 뒤 신경학적·정신건강 측면에서 접근하는 순서를 밟는 것이 일반적이다.

1단계 —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귀 문제부터 배제

특정 소리에 유난히 예민하다면, 먼저 이비인후과를 찾아 순음청력검사 등을 통해 청력 자체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미소포니아와 혼동될 수 있는 청각과민증(hyperacusis)이나 이명 등 귀 자체의 문제가 아닌지부터 감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소포니아는 청력 검사에서 대부분 “정상” 판정이 나온다. 청각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소리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증상이 ‘문제없다’는 뜻은 아니므로, 이 경우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2단계 —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정확한 평가

청력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증상을 정확히 평가받는 것이 권장된다. 미소포니아 자체가 정신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불안장애·강박증·분노조절 문제 등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래와 같은 신호가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더욱 필요하다.

  • 특정 소리에 대한 반응이 통제를 벗어나 주변 사람에게 언성을 높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행동으로 이어질 때
  • 소리에 대한 스트레스로 수면에 지속적인 문제가 생길 때
  •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이 함께 깊어질 때
  • 일상생활(식사, 수업, 직장생활, 가족관계)에 지장이 생길 만큼 특정 상황을 회피하게 될 때

병이 의심될 때 실천할 수 있는 팁

  1. 증상을 기록해두기: 어떤 소리에 반응이 오는지, 언제·어디서·누구와 있을 때 심해지는지, 반응의 강도와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을 메모해두면 진료 시 큰 도움이 된다.
  2. 자가진단으로 단정하지 않기: 비슷한 증상이라도 청각과민증, 강박장애, 불안장애 등 다른 원인일 수 있어 전문의의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3. 주변에 알리기: 가족이나 동료에게 증상을 미리 설명해두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배려를 구하기 쉬워진다.
  4. 회피 도구를 준비하기: 귀마개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등을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것도 실질적인 대처 방법이 된다.
  5. 약을 복용 중이라면 임의로 중단하지 않기: 항불안제 등을 처방받아 복용 중인 경우, 다른 치료를 병행하고 싶더라도 반드시 처방 의사와 상의 후 조절해야 한다.

아직 뚜렷한 치료법은 없어

미소포니아를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이나 표준 치료법은 현재까지 확립되어 있지 않다. 정신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불안감·분노 조절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증상을 완화하는 관리가 최선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증상을 유발하는 특정 소리를 파악해 가급적 피하고, 소음 차단용 귀마개나 헤드폰을 활용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아울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명상 등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심리 상담이나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특정 소리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는 훈련이 이뤄지기도 한다.

낯설지만 드물지 않은 질환

미소포니아는 아직 대중에게 낯선 병명이지만, 실제로 이를 겪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 속 흔한 소리에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느껴 대중교통 이용이나 공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증언도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예민하다”는 말로 넘기기보다, 특정 소리에 반복적으로 강한 불안이나 분노를 느낀다면 이비인후과의 검사와 정신건강의학과의 평가를 함께 받아보는 것이 정확한 관리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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