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 첫걸음 ②] 거북 등껍질에서 『자평진전』까지
점에서 체계로 자라난 명리학의 계보. 사주명리가 동양 술수 전통에서 어떻게 갈라져 나와 천 년에 걸쳐 이론을 갖춰 왔는지 짚는다.
점에서 체계로 자라난 명리학의 계보
이름이 여럿인 학문
서구에서 사주명리는 ‘포 필라스 오브 데스티니(Four Pillars of Destiny)’ 또는 중국어 발음 그대로 ‘빠즈(Bazi)’, ‘밍리(Mingli)’로 불린다. 풍수(Fengshui)라는 말이 사주나 명리까지 아우르는 뜻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명리학의 금법(金法)을 가리켜 ‘자평(子平)’이라고도 한다. 이름이 이렇게 여럿인 까닭은 사주명리가 홀로 선 학문이 아니라 동양의 오랜 술수(術數) 전통의 한 갈래이기 때문이다.
동양의 다섯 가지 술(術)
동양에서는 운명을 읽는 방법을 흔히 명(命)·상(相)·점(占)·의(醫)·선(仙)의 다섯으로 나눈다. 명은 사주명리로 시간과 운명을 다루고, 상은 관상과 수상으로 공간에 드러난 형태를 읽는다. 점은 거북점과 주역 점괘를, 의는 ‘인체는 소우주’라는 관점의 의학을, 선은 명상과 수도를 가리킨다. 의학이 이 다섯 갈래 안에 들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운명을 대하는 태도로 보면 사주는 타고난 선천운이라 바꿀 수 없는 것, 관상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운명의 변화, 풍수는 환경을 바꾸어 운을 여는 노력에 짝지어진다.
거북 등껍질에서 숫자로
이 모든 갈래의 뿌리에는 『역(易)』이 있다. 은나라의 점은 거북 껍질과 짐승 뼈를 불에 지져 갈라진 모양, 곧 상(象)을 읽는 일이었다. 직관과 조짐에 기대는 방식이다. 농경 사회와 국가 체계가 자리 잡은 주나라 무렵에는 점치는 관리인 사관(史官)이 등장하고 시초(蓍草)라는 풀을 헤아리는 서점이 쓰이면서 『역경』이 편집된다. 이때부터 수(數)가 중심에 놓인다. 계산하고, 규칙을 세우고, 분류하고, 논리로 추론하는 이성의 개입이 시작된 것이다. 계산으로 운명을 추론하는 산명술(算命術)이 여기서 등장한다.
‘역’이라는 글자의 뜻도 눈여겨볼 만하다. 변역(變易)은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뜻이고, 불역(不易)은 모든 것이 바뀌지만 그 속에 변하지 않는 법칙이 있다는 뜻이며, 간이(簡易)는 그 불변의 원리가 단순하다는 뜻이다. 변화를 인정하되 변화의 법칙을 찾겠다는 태도다. 전해 오는 설명에 따르면 팔괘는 하늘의 상, 땅의 법, 새와 짐승의 무늬, 가까이는 몸과 멀리는 사물에서 취해 분류한 결과물이다. 점치는 책이면서 자연 관찰의 기록이기도 한 셈이다.
하늘과 사람은 대응한다
한나라의 동중서는 『춘추번로』에서 하늘과 사람이 서로 감응한다는 천인감응(天人感應)을 이야기했다. 하늘이 상서로운 기운을 내리면 제왕이 흥하고, 가을에 번개가 치면 왕이 밝게 살피지 못한 탓이라는 식이다. 의학 독자에게는 사람의 몸이 하늘의 수를 닮았다는 ‘인부천수(人副天數)’가 더 흥미로울 것이다. 일 년 366일은 뼈마디 366개에, 열두 달은 큰 뼈대 12개에, 사계절은 사지에, 오행은 오장에, 해와 달은 귀와 눈에 견준다. 오늘의 해부학과는 맞지 않지만, 몸을 우주의 축소판으로 바라보던 사고방식을 보여 준다. 이어 후한의 왕충은 『논형』에서 자연정명론을 펴며 천간·지지·육십갑자의 부호체계를 갖추었다.
천 년의 계보
중국 명리학의 발전은 흔히 고법(古法), 신법(新法), 심화기로 나뉜다. 고법은 태어난 해의 기둥인 연주(年柱)를 중심으로 사주를 세우던 방식이다. 당나라 중기의 이허중이 『이허중명서』에서 연주 중심의 사주 구성과 납음(納音), 신살(神煞)을 다뤘다. 송나라의 서자평 등은 태어난 날의 천간인 일간(日干)을 중심에 두고 오행을 위주로 읽는 신법을 열었고, 이것이 오늘날 자평명리의 틀이 되었다. 명대의 『삼명통회』, 청대의 『명리약언』 『자평진전』 『적천수천미』로 이어지는 시기에는 이론이 깊이 다듬어졌다. 명리학이 꽃피려면 개인에 대한 의식이 커지고, 사회가 안정되며, 세속적 가치를 좇는 분위기가 필요했다는 분석도 있다.
보편과 특수, 꽃잎과 꽃술
이 계보 위에서 명리학의 체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보편과 특수다. 특수는 개별적이고 일회적인 영역이다. 상담 현장에서 각자의 사정에 맞춰 풀이하는 기술, 곧 술(術)에 해당하며 해석하는 사람의 수준과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에게나 전하지 않는다는 비인부전(非人不傳)의 비법도 여기에 속한다. 보편은 학(學)이다. 문헌을 찾아 근거를 따지고 논리를 증명하며, 임상 자료로 통계적 검증을 얻는 쪽이다. 학과 술이 합쳐진 것이 학술(學術)이다.
두 영역은 서로를 보완한다. 보편은 검증된 자료를 읽어 근거를 밝히고, 용어와 개념이 어떻게 생겨 쓰였는지 비교해 정리하며, 이론 체계를 세워 검증하는 일로 채워진다. 특수는 현장에서 풀이를 실증하고, 임상에서 나온 사례를 쌓아 기록으로 남기는 일로 채워진다. 신비로운 측면과 과학적인 측면은 꽃잎과 꽃술의 관계에 비유된다. 개별 환자를 보는 임상과 집단 자료로 근거를 쌓는 연구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의학의 구조와도 닮았다. 다만 명리학에서 사례의 기록과 통계적 검증은 앞으로 채워 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다음 회에는
다음 회에서는 이 모든 해석의 바탕이 되는 음양과 오행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