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 첫걸음 ①] 사주팔자는 점일까, 학문일까
네 개의 기둥과 여덟 글자로 읽는 명리학 입문. 사주팔자의 어원과 역사, 점(占)에서 학문으로 발전해 온 과정을 짚어본다.
네 개의 기둥, 여덟 글자
‘사주팔자가 사납다’, ‘팔자를 고친다’ 같은 말은 일상에서 자주 쓰지만, 정작 사주팔자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뜻부터 풀어 보면 어렵지 않다. 사주(四柱)는 한 사람이 태어난 해·달·날·시간(생년·생월·생일·생시)을 네 개의 기둥으로 세운 것이다. 각 기둥은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는 두 글자로 이뤄지니, 기둥 네 개에 글자 여덟 개가 되어 팔자(八字)라 부른다. 명리(命理)는 여기에 담긴 운명의 이치, 곧 음양과 오행이 서로 작용하는 원리를 읽어 내는 이론을 가리킨다.
쓰이는 글자는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 모두 22자다. 이를 짝지으면 60가지 조합, 이른바 육십갑자(六十甲子)가 된다. 환갑(還甲)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명리학은 태어난 시각을 이 60조합의 글자로 바꿔 놓고, 음양과 오행이라는 상징 체계의 관계를 따져 한 사람의 과거를 읽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추론하려는 해석법이다.
점(占)에서 글자(文字)로
그렇다면 이것은 점술일까, 학문일까. 답을 찾으려면 ‘점’이라는 글자의 뿌리부터 보는 편이 좋다. 점(占)은 점괘를 뜻하는 복(卜)과 입 구(口)가 합쳐진 글자다. 고대 사람들은 거북의 배갑이나 짐승의 뼈를 불에 지져 갈라지는 금의 모양, 곧 ‘상(象)’을 보고 길흉을 판단했고, 그 조짐을 말로 풀이한 것이 점이었다.
방식은 점차 정교해졌다. 시초(蓍草)라는 풀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나누고 헤아리는 서점(筮占)은 모양이 아닌 ‘수(數)’, 즉 숫자 계산에 바탕을 둔다. 여기서 음(–)과 양(―)의 부호가 나오고, 이것이 사상(四象)과 팔괘(八卦)를 거쳐 64괘로 확장됐다. 점괘를 풀이한 말이 괘효사(卦爻辭)이며, 이것이 『주역』의 뼈대다. 『좌전』과 『국어』에는 점친 기록이 모두 22건 전해지며, 그중 상당수가 『주역』점이다. 우연의 영역이던 점이 부호와 숫자와 문자로 기록되고 해석되는 체계로 바뀌어 간 것이다.
사주명리도 이 흐름 위에 있다. 이후 명대에는 만육오가 명리 문헌을 모아 『삼명통회』를 펴냈고, 청대의 진소암은 이를 이론으로 다듬어 『명리약언』을 엮었다. 『적천수』에 주석을 다는 작업도 이어졌다. 명리학 연구자 왕정지는 이런 문헌 정리와 이론화 덕분에 자평명리학의 학술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학’과 ‘술’, 무엇이 다른가
이쯤에서 짚어 둘 구분이 학(學)과 술(術)이다. 술수(術數)에서 수(數)는 숫자를 계산한다는 뜻이고, 술(術)은 일종의 방법론이다. 계산하고(算) 추론한다(推)는 점에서 산명술, 추명술이라는 이름도 쓰인다. 영어로 옮기면 학은 사이언스(science), 술은 아트(art)에 가깝다.
학술적 접근에서는 학문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으로 논리성, 역사성, 문헌성을 든다. 관찰 대상을 정하고, 상징과 부호로 분류해 기록하고, 이론에 따라 인과관계를 추론해 결과를 도출하는 일련의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주명리에서 입력은 생년월일시이고, 출력은 길흉화복, 곧 개인의 적성과 직업, 재물, 결혼, 가족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해석이다. 입력과 출력 사이에서 상징을 읽어 변화를 추론하는 과정을 ‘통변(通變)’이라 한다. 『주역』의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곧 막히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는 말과 맞닿은 개념이다.
이 학문은 무엇을 약속하는가
의학 독자라면 한 가지가 궁금할 것이다. 이 해석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는가. 명리학을 학문으로 보는 쪽에서도 이 물음을 비켜 가지 않는다. 학으로서 자리 잡으려면 문헌에서 학문적 근거를 따지고, 임상 자료를 쌓아 통계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연재는 명리학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 결과를 예측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건강 문제는 어디까지나 의료진과 상의할 일이다. 다만 수천 년에 걸쳐 쌓인 하나의 해석 체계가 어떤 논리로 짜여 있는지 들여다보는 일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명리학은 사람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고민하며 알 수 없는 미래를 궁금해하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계산하고 추론해 더 나은 모습으로 미래를 맞으려는 태도, 그것이 명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운(運)’은 때에 따라 움직이고 ‘명(命)’은 주어진 것이니, 자신의 명을 알고 그와 조화롭게 사는 삶이 지천명(知天命)이라는 것이다.
다음 회에는
명리학 공부법 가운데 인상적인 한마디가 있다. 사주팔자는 ‘살아 있는 글자’여서, 여덟 글자를 평면에 펼쳐 읽으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입체적으로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물질이라는 개념으로 바꿔 읽는 일이 곧 사주명리라는 설명이다. 다음 회에서는 이 학문이 ‘보편’과 ‘특수’를 어떻게 나누고 서로 보완하는지, 학문적 체계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