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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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는 사라지는 유물이 아니다"… 정혜원 사진작가, 제주 해녀의 삶을 다시 카메라에 담다

정혜원 작가 개인전 《해녀, 사라지지 않는 유물》이 10월 17일부터 11월 1일까지 제주 Gallery MOON101에서 열린다.

정혜원 작가의 사진전 《해녀, 사라지지 않는 유물》 포스터.

제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수십 년을 살아온 해녀들의 모습이 사진을 통해 다시 관객 앞에 선다.

사진작가 정혜원이 오는 10월 17일부터 11월 1일까지 제주에서 개인전 《해녀, 사라지지 않는 유물(HAE NYEO OF JEJU)》을 개최한다. 전시는 제주 Gallery MOON101에서 열리며, 10월 17일 오후 4시 오프닝 리셉션을 시작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해녀, 사라지지 않는 유물’은 단순히 과거의 문화를 보존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해녀를 박제된 역사적 존재가 아니라 오늘도 바다로 나가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현재의 존재로 바라보겠다는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정혜원 작가는 그동안 인간과 공동체, 그리고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제주 해녀들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갖고 카메라를 들었다.

정 작가는 2022년부터 제주를 오가며 해녀들과 시간을 보내고, 물질을 준비하는 과정과 어촌 공동체의 일상 속으로 들어갔다. 단순히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 사진을 찍는 방식이 아니라 해녀들과 신뢰를 쌓으며 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지난해 제주해녀박물관에서 열린 《섭지, 해녀우다!》 전시였다. 당시 전시는 성산읍 고성·신양리 해녀들의 물질과 일상, 불턱, 성게 공동작업, 해녀굿, 모녀 간 전승 등 해녀 공동체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고단한 삶이지만 당당하게 바다로 향하는 모습 담고 싶어”

정혜원 작가가 해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연민이나 동정에 머물지 않는다.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해녀들의 당당함과 생명력, 그리고 공동체 정신이다.

지난해 전시를 준비하면서 정 작가는 “점점 사라져가는 해녀문화에 대한 기록의 의무감”과 함께 “수십 년간 바당과 함께 살아온 해녀 삼춘들의 고단하면서도 숭고한 삶을 존경의 시선으로 담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정 작가의 사진 속 해녀들은 단순히 ‘힘겨운 노동을 하는 사람’으로만 등장하지 않는다.

검은 잠수복을 입고 바다로 향하는 모습, 물질을 마치고 숨을 고르는 모습, 세월이 깊게 새겨진 얼굴,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하는 모습 속에서 해녀들의 삶에는 고단함과 함께 자부심과 자유, 연대와 생명력이 공존한다.

특히 바닷속으로 잠수하는 해녀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 자연과 마주하는 순간의 긴장감과 숭고함까지 느껴진다.

정혜원 작가는 해녀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 사람의 삶과 한 공동체의 기억을 사진이라는 언어로 남기고 있는 셈이다.

사진가 정혜원, ‘주변의 삶’을 기록하다

정혜원 작가는 대구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으며, 그동안 《소혹성의 사람들》 등을 비롯해 10여 차례 이상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그룹전에 참여해왔다.

특히 인간과 공동체의 기억, 우리 사회에서 쉽게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기록해온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2019년에는 한국사진학회 국제사진전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갤러리 마젠타 대표로 활동하는 한편 한국사진학회와 한국여성사진가협회, 온빛다큐 등 사진 관련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 작가의 사진 작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피사체와의 ‘거리’다.

사진가는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의 바깥에 서 있는 사람이지만, 정혜원 작가는 오랜 시간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관계를 형성한 뒤 셔터를 누른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는 단순한 관찰자의 시선보다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배어 있다.

‘유물’이라는 말에 담긴 역설

이번 전시 제목인 《해녀, 사라지지 않는 유물》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해녀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해녀의 고령화와 환경 변화 등으로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런 현실에서 해녀를 ‘유물’이라고 부르는 것은 한편으로는 역설적이다.

유물은 일반적으로 과거에 남겨진 것이다.

그러나 정혜원 작가가 보여주는 해녀는 아직 살아 있고, 지금도 바다로 들어간다. 그들에게 바다는 박물관 속 전시물이 아니라 여전히 삶의 터전이며 일터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공간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말하는 ‘사라지지 않는 유물’은 과거를 추억하기 위한 표현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해녀들의 삶이 미래에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로 읽힌다.

사진 한 장에 담긴 것은 한 사람의 얼굴이지만, 그 얼굴 너머에는 제주 바다의 역사와 가족, 마을 공동체, 여성의 노동,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 온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시간을 잠시 멈춰 세우는 자리다.

바다로 뛰어들기 직전의 해녀, 물질을 마치고 숨을 고르는 해녀, 동료들과 함께 웃는 해녀의 모습을 통해 관객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과연 해녀라는 ‘모습’일까, 아니면 그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과 정신일까.

정혜원 작가의 카메라는 그 질문을 관객에게 조용히 건넨다.

그리고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온 한 세대의 삶이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 전시 정보

전시명 : 《해녀, 사라지지 않는 유물》 영문명 : EXHIBITION: HAE NYEO OF JEJU 작가 : 정혜원 기간 : 2026년 10월 17일 ~ 11월 1일 오프닝 리셉션 : 2026년 10월 17일 오후 4시 장소 : Gallery MOON101, 제주 주제 : 제주 해녀의 삶과 공동체, 바다와 인간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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